영화 ‘브링 잇 온(Bring It On)’은 2000년에 개봉한 미국 하이틴 스포츠 영화로,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치어리딩이라는 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흔히 치어리딩은 경기장의 보조 역할 정도로 인식되곤 하지만, 영화는 이 운동이 얼마나 체력과 기술, 팀워크, 창의성을 요구하는지를 리얼하게 보여주며 스포츠 장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다. 동시에 영화는 10대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서로 경쟁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여성서사의 강점을 드러낸다. 또한 2000년대 특유의 Y2K 문화와 스타일을 품고 있어, 최근 뉴트로 열풍과 함께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본문에서는 ‘브링 잇 온’을 세 가지 키워드, 즉 스포츠영화로서의 가치, 여성 중심 서사의 진보성, 그리고 뉴트로 감성 속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탐구해보려 한다.
스포츠영화로서의 '브링 잇 온'
치어리딩을 소재로 한 영화는 드물다. ‘브링 잇 온’ 이전까지만 해도 치어리더는 대부분 배경 장치로만 소비되었으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치어리딩이라는 스포츠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체력, 근력, 유연성, 리듬감, 창의적인 안무 구성, 그리고 완벽한 팀워크까지. 모든 요소가 요구되는 고난도 스포츠로서 치어리딩을 표현한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경기 장면은 실제 프로 치어리딩 대회와 유사할 정도로 고퀄리티이며, 모든 동작이 실제 훈련과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연출되었다. 토렌스와 그녀의 팀 ‘토로스’는 전년도 우승을 차지한 명문 치어 팀이다. 그러나 전임 주장인 ‘빅 레드’가 다른 팀의 안무를 몰래 베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들은 도덕적 위기와 실력적 한계를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기존 안무를 폐기하고 새로운 루틴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토렌스는 리더로서 처음으로 ‘진짜 스포츠’가 요구하는 정신과 기술에 직면한다. 연습과 실패,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팀은 서서히 하나의 유기체로 성장하고, 결국 정정당당한 경기력으로 무대에 선다. 이처럼 ‘브링 잇 온’은 고전적인 스포츠영화의 구조를 갖고 있다. 도전 – 실패 – 위기 – 극복이라는 흐름은 영화 ‘록키’나 ‘위대한 쇼맨’ 같은 스포츠 명작의 공식을 따른다. 그러나 독창적인 점은 이 모든 과정이 10대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남성 캐릭터는 대부분 보조적 역할에 그치며, 결정권과 행동의 주체는 전적으로 여성 팀원들에게 있다. 또한 이 영화가 미국 내에서 파급력을 얻은 또 다른 이유는, 치어리딩을 통해 ‘공정함’과 ‘창의성’이라는 스포츠의 가치를 일깨운다는 점이다. 단순한 이기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독립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진정한 승리를 쟁취해 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이는 치어리딩이 단순한 쇼가 아닌, 진지한 경쟁의 장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성서사로서의 ‘브링 잇 온’
‘브링 잇 온’은 보기 드문 여성 중심의 하이틴 영화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여성 캐릭터가 중심인 영화는 존재했지만, 대부분은 연애, 외모, 인기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브링 잇 온’은 여성 캐릭터들이 자신의 역량과 신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영화의 주인공 토렌스는 새로 선출된 팀장으로, 전임 리더의 그림자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책임을 짊어진다. 그녀는 단순한 소녀가 아니라, ‘리더십’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소화해낸다. 토렌스가 마주하는 주요 갈등은 단순히 대회를 위한 준비가 아니다. 그녀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하고, 팀원들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해야 하며, 외부 경쟁자들과의 실력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녀는 점차 강인한 여성으로 성장하며, 관객은 그 변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그녀가 결정하는 도덕적 선택들—예를 들어 클로버스 팀의 안무 도용 사실을 깨닫고, 과감히 기존 루틴을 버리는 장면—은 관객에게 진정성 있는 여성 캐릭터의 힘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또 다른 강력한 여성 캐릭터는 클로버스 팀의 리더 아이시스다. 그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구조적인 차별과 불공정함에 맞서는 당당한 주체로 등장한다. 아이시스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흑인 여성 캐릭터이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실력 있는 리더로 그려지며, 경쟁을 통한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이는 인종과 계층, 문화적 배경이 다른 여성 캐릭터 간의 균형 잡힌 시선을 가능케 하고, 단일한 시각에서 벗어난 복합적 여성서사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여성 간의 갈등을 ‘비난’의 시각이 아닌 ‘이해’와 ‘공정 경쟁’의 시각으로 그려낸다. 싸워야 할 대상은 상대 팀이 아니라, 불공정한 시스템, 내부의 불신, 그리고 자기 자신이다. 그리고 그러한 구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서로의 적이 아닌 ‘진정한 동료’로 변모한다. 이는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메시지이며, 하이틴 장르의 한계를 넘은 여성 서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뉴트로 감성으로 재조명되는 ‘브링 잇 온’
최근 몇 년 사이,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브링 잇 온’이 있다. 당시에는 단순한 십대 영화로 치부됐던 이 영화가, 오늘날엔 ‘Y2K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추억의 회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영화 속 패션, 음악, 영상미는 현재 유행 중인 뉴트로 트렌드와 맞물리며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먼저,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브링 잇 온’은 매우 상징적이다. 크롭탑, 플레어팬츠, 헤어핀, 글리터 메이크업 등 당시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들이 다시 유행하고 있으며, 토렌스와 클로버스 팀의 유니폼은 요즘 SNS에서 수많은 밈과 코스튬으로 재현되고 있다. 실제로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는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하거나, 안무를 따라 하는 영상이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사운드트랙에는 Gwen Stefani, Blaque, 3LW 등 당시 하이틴 감성을 대변하는 아티스트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 음악들은 당시 청춘들의 심장을 뛰게 했고, 지금 세대에게는 신선하고 낯선 ‘새로운 옛날 음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감성은 뉴트로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영화가 다시 유행하게 된 주요 배경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편집 스타일과 대사 톤, 캐릭터의 제스처까지도 모두 디지털 밈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This is not a democracy, it's a cheerocracy” 같은 명대사는 수많은 밈 이미지로 변환되어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으며,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치도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 즉, ‘브링 잇 온’은 단순히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가 아니라, 그 감성을 현재의 문화로 리믹스한 ‘뉴트로’의 핵심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영화가 문화사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브링 잇 온’은 단순한 하이틴 코미디가 아니다. 스포츠 장르의 기본기를 갖춘 구조, 여성 중심의 진정성 있는 서사,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스타일과 연출로 인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스포츠와 여성성, 문화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융합했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작품으로 남겨질 영화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관객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로 ‘브링 잇 온’을 바라볼 때다. 영화 한 편으로 스포츠의 가치를, 여성의 힘을, 그리고 문화의 순환성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명작의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