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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휩쓴 영화 '코다(CODA)', 다시보는 감동 (리메이크, 청각장애, 음악)

by esfj-2 2025. 4. 4.

영화 ‘코다(CODA)’는 2021년 선댄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특히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영화가 아닙니다. 청각장애 부모와 오빠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10대 소녀 '루비'의 성장 이야기이자, 소통의 본질을 묻는 감동적인 서사입니다. 프랑스 영화 '가족의 노래(La Famille Bélier)'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코다'는 그 자체로 독립적이고 의미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영화가 어떻게 아카데미를 휩쓸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그 배경과 메시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갈대밭에 손을 뻣고 있는 따듯한 느낌이 나는 사진

리메이크 성공의 비결, 영화 코다는 어떻게 다를까?

리메이크 영화는 언제나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원작이 더 나았다”는 말을 피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코다’는 이런 편견을 정면으로 부수었습니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 ‘이야기의 틀’은 비슷하지만, 그 안을 채운 정서와 표현 방식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프랑스 원작은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코미디 드라마였습니다. 한 시골 농가에서 일하며 부모를 돕는 소녀가 노래에 소질을 발견하면서 꿈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는 설정은 같지만, 그 감정선은 비교적 가볍게 그려졌습니다. 반면, ‘코다’는 미국 매사추세츠의 어촌 마을이라는 배경부터 현실적이고 다큐멘터리적인 톤을 지녔습니다. 바다와 어업이라는 직업적 특성은 청각장애인 가족에게 특히 치명적인 제약이 됩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면 바다에서의 위험을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 설정만으로도 영화는 더욱 현실적이고 긴장감 있는 무대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코다'의 가장 큰 차별점은 청각장애인 배우의 실제 출연입니다. 트로이 코처(아버지 프랭크 역), 말리 매틀린(어머니 재키 역), 다니엘 듀런트(오빠 리오 역)는 모두 실제로 청각장애를 가진 배우들입니다. 이들의 연기는 ‘연기’라기보다 ‘삶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이 덕분에 영화는 청각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자체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리메이크가 원작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적 감수성과 캐릭터 중심의 내러티브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감성의 영화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을 ‘코다’는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 중심에는 루비의 감정선과 가족 간의 갈등, 이해, 연대가 정교하게 짜인 각본이 있으며, 그 각본이 관객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청각장애와 가족 서사의 절묘한 조화

‘코다’는 청각장애를 단순한 ‘불편함’이나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가족’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합니다. 루비는 말과 노래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녀의 가족은 수화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 둘은 단절된 세계가 아니라, 다르게 소통하는 평행 세계입니다. 그렇기에 갈등도, 사랑도 더욱 절실하고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에서 청각장애 가족은 한없이 현실적이고, 인간적입니다. 그들은 유쾌하고 거침없으며, 때로는 루비에게 짓궂은 농담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 모습은 ‘장애’라는 단어로 설명되기 어려운, 그저 평범한 가족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묘사는 관객에게 청각장애라는 테마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며,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끼게 만듭니다. 루비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어 합니다. 그녀는 노래를 사랑하지만, 가족은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없습니다. 이 간극은 슬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상징합니다. 진정한 소통은 '말'이나 '소리'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라는 것을 말이죠.

특히 가족들이 루비의 공연을 보러 왔지만, 무대 위에서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가족들은 루비의 표정과 몸짓, 관객의 반응을 보며 그녀가 얼마나 멋진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지를 느끼려 합니다. 이 장면은 '듣지 못해도 느낄 수 있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감독 시안 헤이더는 이 장면에서 의도적으로 몇 분간 완전한 무음을 유지합니다. 관객은 그 순간, 청각장애인 가족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영화적 기교가 아니라, 깊은 공감과 이해를 유도하는 장치로 작용하며, 영화를 감상하는 우리 자신도 루비의 가족이 된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됩니다.

음악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감동 코드

‘코다’에서 음악은 단지 배경이나 소재가 아닙니다. 음악은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자, 감정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루비는 말보다 노래에 더 많은 감정을 담습니다. 그녀에게 노래는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열쇠입니다. 음악 교사 ‘버나르도 빌라로보스(미스터 V)’는 루비의 가능성을 처음 알아본 인물입니다. 그는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을 지도하는 것을 넘어서, 루비가 자신을 표현하고 무대에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이들의 사제 관계는 영화의 따뜻한 축을 형성하며, 루비의 꿈이 단순한 열망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로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보스턴 음악학교 오디션 장면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루비는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수화를 사용합니다. 그녀의 수화는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감정을 담은 ‘무용’에 가깝습니다. 그녀는 가족을 위해 노래하고, 그 노래를 가족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몸짓으로 표현합니다. 이 장면은 청각과 시각, 감정이 하나로 통합되는 마법 같은 순간입니다.

이처럼 ‘코다’에서 음악은 단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루비가 오디션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래를 부를 때, 우리는 음악이 얼마나 포용적이고 확장된 개념이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장애가 있어도, 소리를 듣지 못해도 음악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코다’는 리메이크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기준을 세운 작품입니다. 단순히 원작을 따르지 않고, 캐릭터 중심의 감정선,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완전히 독립적인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수상은 단지 화려한 결과일 뿐, 그 이면에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가족 간의 유대를 섬세하게 그려낸 각본, 그리고 음악이라는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이 녹아 있습니다.

‘코다’는 영화를 통해 묻습니다.
"진짜 소통은 무엇인가?"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오늘 밤 ‘코다’를 통해 소리 없이 다가오는 감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단언컨대, 이 영화는 당신의 감각을 모두 깨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