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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중심 영화 바비 (여성서사 영화, 캐릭터 대조, 서사전개)

by esfj-2 2025. 5. 4.

2023년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킨 영화 '바비(Barbie)'는 단순한 장난감 기반 영화가 아니라, 여성서사를 중심에 둔 강렬한 메시지 영화로 주목받았습니다. 기존의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에서 벗어나,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여성 인물들을 조명하며 ‘바비’라는 브랜드의 이미지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실험을 시도했죠. 본 글에서는 영화 ‘바비’를 중심으로, 다른 여성서사 영화와의 비교, 주요 캐릭터의 대조적 성격, 그리고 서사의 구조적 전개 방식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봅니다.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가 분홍색 메니큐어를 하고, 분홍색 구두를 신고, 분홍색이 가득한 방에서 분홍색 라디오를 들고 있는 모습

여성서사 영화 속 '바비'의 위치

영화 ‘바비’는 그 자체로 여성서사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작품입니다. 과거 여성서사 영화라 함은 대체로 희생, 사랑, 헌신 등의 감정에 중점을 둔 구조가 많았지만, 현대적 여성서사는 여성의 자각, 연대, 자기 실현을 중심에 둡니다. 바비는 바로 이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지점을 제시합니다. 특히 ‘바비’는 ‘페미니즘을 모르는 대중에게 페미니즘을 설명하는 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젠더 이슈를 쉽고 유머러스하게 전달했습니다. 바비랜드에서 시작된 환상적인 세계는 곧 현실 세계와 충돌하면서 여성의 존재 방식, 사회적 역할, 억압 구조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이는 기존 영화들, 예를 들어 <리틀 우먼>, <노매드랜드>, <더 페이버릿> 등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리틀 우먼>은 자매들 간의 연대를 통해 시대적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노매드랜드>는 사회 밖에 위치한 여성의 삶을 통해 자율성과 고독을 조명합니다. <더 페이버릿>은 궁정의 정치적 권력을 쥔 여성들 간의 갈등을 다루죠. 이에 반해 <바비>는 ‘모든 여성은 어떤 모습이든 괜찮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내세웁니다. 이는 기존의 여성서사가 보여준 개별적 시선이 아니라, 더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바비의 스토리텔링은 기존 여성 중심 영화에서 종종 빠지는 ‘유머’와 ‘자기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대중에게 다가갑니다. 이는 앞으로의 여성서사 영화들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캐릭터 대조를 통한 페미니즘 서사

‘바비’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캐릭터의 대조를 통해 젠더 이슈를 다층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바비(마고 로비)는 ‘전형적인’ 바비의 외형을 지녔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자아 정체성과 존재 의미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반면 켄(라이언 고슬링)은 처음에는 바비의 부속물처럼 그려지다가, 점차 ‘자신만의 세계’를 갈구하게 됩니다. 이러한 두 인물의 대비는 단순한 로맨틱 관계의 충돌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이 각각 겪는 정체성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바비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완벽함에 혼란을 느끼고,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현실 세계의 여성들이 겪는 자기 인식의 여정과 닮아 있죠. 또 다른 바비 캐릭터들, 예를 들어 대통령 바비, 과학자 바비, 작가 바비 등은 다양한 직업군을 통해 ‘여성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반면, 켄들은 바비랜드에서 배경에 머무르다가 현실 세계를 접하며 ‘남성성’을 과잉 학습하고, 이를 바비랜드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이 장면은 사회가 남성에게 주입한 힘, 권위, 경쟁 중심의 문화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를 풍자적으로 보여줍니다. 결국 영화는 어떤 성별이든 자기 정체성을 타인을 통해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귀결됩니다. 바비와 켄의 극명한 대조는 단순한 페미니즘 영화에서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 가치와 관계 맺기에 대한 깊은 고찰로 이어집니다.

서사전개 방식의 전복과 혁신

‘바비’는 전통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서사 구조를 의도적으로 비틀며, 관객에게 낯설지만 흥미로운 내러티브 경험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헐리우드 영화는 주인공이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을 이루는 선형적 구조를 따릅니다. 그러나 ‘바비’는 이 공식을 따르면서도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예상을 배반합니다. 영화 초반, 바비랜드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여성 세계로 묘사되며, 일종의 유토피아로 기능합니다. 하지만 그 완벽함이 점차 얕고 부자연스러움으로 드러나고, 바비는 현실 세계로 건너갑니다. 현실 세계에서 겪는 충격과 혼란은 전형적인 ‘히어로의 여정’과 유사하나, 중반 이후 전개는 여성의 심리적, 철학적 성장에 더욱 초점을 맞춥니다. 바비의 여정은 물리적인 적과 싸우거나 외부 장애를 극복하는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를 탐색하고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입니다. 이 서사는 여성서사 영화의 새로운 전개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현실 세계의 여성 인물 ‘글로리아’가 등장해 바비에게 중요한 자각의 계기를 제공하는데, 이는 ‘선배 여성’이 ‘후배 여성’에게 삶의 지혜를 전수하는 여성 서사의 전통을 계승하는 구조입니다. 또한 영화의 후반부, 바비가 선택하는 결말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그는 다시 바비랜드로 돌아가는 대신,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합니다. 이는 여성의 ‘완벽한 외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불완전하지만 현실적인 삶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러한 결말은 기존의 바비 인형이 지닌 ‘이상화된 여성상’을 해체하고, 새로운 여성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영화 ‘바비’는 단순한 판타지 영화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복잡한 젠더 이슈, 자아 탐색, 정체성 재구성이라는 깊은 메시지가 숨어 있으며, 특히 여성서사 영화로서의 가치가 매우 큽니다. 캐릭터들의 대조적 설정과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전복하는 연출 방식은 관객에게 색다른 영화적 경험을 제공하며, 앞으로의 여성 중심 영화의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바비’를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서사 영화에 관심을 갖고, 다양성과 깊이를 담은 콘텐츠를 찾아보길 바랍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성숙을 이끌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